코스닥 1200선, 26년 만에 다시 나타난 숫자
한국 증시의 주인공이 단숨에 코스닥으로 옮겨갔다. 코스닥 지수가 약 26년 만에 1,200선을 넘어서며 시장의 분위기를 단숨에 바꿔놓았다. 닷컴버블 정점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숫자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상승의 가장 큰 동력은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다. 그간 코스피 대형주에 몰려 있던 자금이 중소형 성장주, 그중에서도 2차전지·바이오·로봇·AI 관련주로 빠르게 흘러 들어간 흐름이 뚜렷하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거래대금 비중이 확연히 늘었고, 이는 단순한 기술적 반등이 아니라 자금 이동이 동반된 본격적인 상승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왜 지금 코스닥인가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근처에서 외국인 차익실현 물량과 부딪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코스닥은 새로운 주도주로 옮겨가는 자금의 도착지가 됐다.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가 다시 부각되면서, 성장성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도 영향이 컸다.
중소형 성장주, 한 단계 더 뛸 수 있을까
현재 코스닥 상승을 이끄는 종목군은 대체로 두 갈래다. 하나는 2차전지 소재·장비주, 또 하나는 바이오·헬스케어 일부 대장주다. 여기에 AI 관련 소프트웨어와 보안주, 로봇·자율주행 기업이 더해지면서 성장 테마 4총사가 차례로 손바뀜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다.
1분기 GDP와 거시 환경 — 좋고 또 나쁘다
다만 시장이 완전히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1분기 GDP가 +1.7% 성장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반도체 기여도가 절반을 넘는다는 점은 부담이다. 반도체를 빼고 보면 성장률은 +0.8% 수준으로 떨어지고, 2분기 전망은 다시 한 자릿수 초반에 머무를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런 환경에서 코스닥의 1,200선 돌파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첫째, 시장 전반이 좋다기보다 선택적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 둘째, 그렇기 때문에 종목 선택의 난이도가 한층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가 점검해야 할 체크포인트
지금 시점에서 점검해 볼 만한 지표는 비교적 단순하다. 외국인과 기관의 누적 순매수 흐름이 끊기지 않는지, 시총 상위 코스닥 종목들의 신용 잔고가 단기에 급증하지 않는지, 코스피·코스닥 간 자금 이동이 한쪽으로 너무 쏠리고 있지는 않은지가 핵심이다.
역사적 1,200선이 갖는 의미
닷컴버블 시기의 1,200선은 버블 끝물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26년이 지난 지금의 1,200선은 그때와 다르다. 당시에는 매출도 이익도 검증되지 않은 기업들이 인덱스를 끌어올렸지만, 지금의 코스닥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실제 매출을 만들어내는 부품·소재·바이오·플랫폼 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다.
결국 26년 만의 1,200선이라는 이벤트성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 시장이 어떤 종목으로 손바뀜을 이어가느냐다. 현재 흐름이 일시적인 모멘텀에 그칠지, 아니면 몇 분기 이상 이어지는 큰 사이클의 시작일지는 향후 외국인 자금 흐름과 실적 발표가 가를 가능성이 크다.
